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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線을 걷는 사람들③] “사람 대접 받고싶다”…건설업 하청 근로자의 절규

  • 송고 2024.09.24 10:00 | 수정 2024.09.24 11:08
  • EBN 이병우 기자 (news7251@ebn.co.kr)

소장 갑질에 현장 실질적 지원 전무

잇단 인명 사고로 공포감 '확산일로'

직업소개소에 놓여진 근로자들의 짐ⓒEBN

직업소개소에 놓여진 근로자들의 짐ⓒEBN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은 제 10조에서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상 권리조차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선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그렇다. 항상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하고 있다. 행복을 좆아 일터에 나갔다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이젠 저임금·고위험·고강도 업무를 이주근로자들에게 넘기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까지 도드라지고 있다.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를 찾아 타국 땅을 밟았지만 현실은 늘 사선(死線) 위를 위태로이 걷는 신세다. 하청업체 근로자와 이주근로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는 한국 땅에 없는 걸까. 행복추구권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에 불과할까. <EBN>은 한국의 근로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하청업체 근로자·이주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폈다.<편집자 주>


"이제는 사람 대접을 받고 살고 싶네요."


지난 10여년간 건설업에 몸 담고 있는 40대 현장 근로자 A씨가 취재진에게 조심스레 건넨 말이다. 긴 세월 현장직에 종사하면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 직군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는 푸념이 섞여있다.


특히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현장소장들마저 근로자에게 불합리한 지시를 여전히 내리는 등 '인간적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A씨는 짚었다.


24일 EBN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새벽근무를 마치고 직업소개소로 돌아온 A씨는 "오늘(19일)은 야간 근무가 있었다. (20일) 새벽이 다가오자 비가 억쑤같이 현장에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장의 철수 명령은 없었다"며 "위험 속에서도 공사는 계속됐고, 오늘 입고 갔던 근무복은 모두 젖어 봉투에 담아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상기된 얼굴로 얘기했다.


A씨는 "근래들어 정부가 근로자를 위해 관련 법(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고 기업들은 보완책을 냈다고 하지만, 불합리한 현장은 여전히 수두룩하다"며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내 신세고, 이에 대한 컴플레인(불만)을 걸어봤자 손해 보는 것 또한 나 자신이었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불합리한 사례 중 하나가 현장 내에 마련된 '여름철 정수기'였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건설사가 여름철 온열질환자 발생률을 줄일 목적으로 정수기를 설치했다고 홍보하지만, 실상 근로자에게는 도움이 일절 되질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여름철에 배정받은 섹터(구역)는 4~5층이었는데, 정수기는 1층에 설치돼 있었다. 근무 중 목이 말라 물 제공(생수병)을 부탁하니 '1층 정수기를 이용하라'는 답변만 있었다"며 "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4~5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라는 건가 싶었다. 목이 마른 채로 일 할 수밖에 없었고, 꽤나 힘들었던 날로 기억된다"고 회상했다.


오전 5시 서울 강서구 한 직업소개소가 문을 열고 근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EBN

오전 5시 서울 강서구 한 직업소개소가 문을 열고 근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EBN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가던 A씨는 안전장비 지급 문제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현장 근로자에게 지급돼야할 안전장비가 보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직원들은 지급한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는 것이다. 안전장비 미지급 사유는 대게 현장 직원이 해당 장비를 구비하지 않아서 발생하게 된다.


쉽게 말해 서류상에는 안전장비를 구매한 것처럼 표기하고서는 장비를 사지 않고, 이에 발생한 차액은 현장 직원의 뒷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구조다.


그는 "현장 직원이 안전장비 지급 확인서를 들고서 근로자에게 '안전장비 지급란'에 사인을 요청한다. 지급되지 않은 장비여도 현장 직원이 사인을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한적도 있었지만, 장비 없이 근무하라는 말만 있었을 뿐 끝내 장비는 지급받지 못했었다"라고 했다.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제7조 2항과 산업안전보건법 제89조를 종합하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난간 △추락보호망 △안전대 부착설비 방호장치 등 안전시설의 구입·임대 및 설치를 위해 소용되는 비용 등은 건설공사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위해 지급해야한다고 명시돼있다.


만일 A씨 사례처럼 발주자가 안전보건비용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에는,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제8조에 의거해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 대해 반환을 요구할 수도있다.


비에 젖은 근로자 A씨의 작업복ⓒEBN

비에 젖은 근로자 A씨의 작업복ⓒEBN

현장 근로자 사고 여전..."통계에 속지 말아야"


이와 더불어 최근 근로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안전 불안감까지 고조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잇따른 현장 인명사고가 근로자들의 공포감을 키운 것이다.


한 노조 관계자 B씨는 "현장 인명사고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되레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작성된 통계에 속지 말아야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업황 부진으로 착공 현장이 감소하면서 사망자 수가 함께 줄어든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B씨는 "최근 2년간 근로자 사망사고를 나타내는 관련 지표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기간 건설 착공 실적은 2005~2022년 연평균 대비 반 토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착공 현장은 50%가, 사망자는 11%가 줄었는데, 근로자 사망사고가 감소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얘기했다.


실제 고용노동부 '2024 2분기 산업재해 현황'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130명을 기록했다. 통계적으로 작년(147명)보다 17명(11.6%)이 줄긴 했지만, 감소한 착공 현장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B씨는 "근로자 안전을 위한 중처법(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형사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해도 (작년처럼) 청문회만 진행할 뿐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근로자 안전을 위한 법령과 현장 교육을 더욱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큰 문제는 사망사고 발생률이 향후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건설현장 내의 내국인 감소로 외국인 비중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전용 교육 등은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아울러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소통에 대한 문제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 외국인 사고사망자 수는 356명 중 55명으로 15.44%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건설업 사망자·402명, 외국인·47명, 비중·11.69%) 3.75%가 증가한 수치다.


건설업 관계자 C씨는 "건설현장 주요층으로 불리던 청년들이 건설업에 유입되지 않으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체하는 중"이라며 "근로자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오다 보니 문화·언어 등이 모두 다르다. 이에 대한 어려움도 함께 동반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장 근무를 하고 있는 근로자ⓒEBN

현장 근무를 하고 있는 근로자ⓒ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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