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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사라진 자산을 찾아서

  • 송고 2022.12.26 06:00 | 수정 2022.12.26 06:00
  • EBN 관리자 (gddjrh2@naver.com)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EBN

한겨레의 시조 단군의 모친은 원래 곰이었다. 곰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이 되고 싶어 천신의 아들로 태어나 땅으로 내려온 환웅에게 방법을 문의하자, 백일 간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 먹으며 기도하라는 솔루션을 받았다. 미련하다고 평가받을 만큼 인내심 강한 곰답게 정말 동굴에 틀어박혀 쑥과 마늘로만 버텨내다가 21일차에 마침내 사람이 되었다. ‘웅녀’라는 새로운 이름도 얻고 환웅의 배필이 돼 단군을 낳았다는 것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삼국유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당초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은 웅녀만은 아니었다. 웅녀가 사람이기 이전 곰이었던 시절부터 동굴에서 함께 살던 호랑이가 있었다. 곰과 호랑이가 같이 살면서 환웅을 찾아가 둘 다 인간이 되는 방법을 문의했다면, 당초 이 둘의 관계는 동굴에서 함께 기거하는 하우스 메이트를 벗어나 더 깊은 사이, 즉 연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곰과 호랑이라는 타고난 종(種)의 한계를 벗어나 이종(異種) 간 완전한 결합을 갈망하다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환웅을 찾아가 사람 되는 방법을 구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웅이 제시한 짐승이 사람이 되는 방법은 처음부터 호랑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환웅은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동굴에 칩거하며 쑥과 마늘만을 먹으면서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곰은 그나마 잡식성 동물이니 쑥과 마늘로도 어느 정도 생존이 가능하겠지만, 육식만 하는 동물로 태어난 호랑이가 처음부터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백일을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환웅이 호랑이도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쑥과 마늘 이외에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안도 마련된 솔루션을 제시했다면, 호랑이도 곰과 함께 사람이 되어 우리 민족의 탄생 신화는 곰을 모계로, 호랑이를 부계로 한 새로운 기원의 서사를 갖게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호랑이는 결국 호랑이인 채로 남겨졌고, 인간이 된 곰은 호랑이를 떠나 인간 세계로 들어가 자신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다. 곰으로 만나서 웅녀로 떠난 사랑의 보금자리에 홀로 남겨진 호랑이는 그 뒤 어찌 되었을까. 호랑이는 어차피 무리생활을 하지 않는 동물이니, 결별의 슬픔을 안고서도 백두산 산줄기를 따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다가, 어쩌다 서글퍼진 밤엔 떠나버린 웅녀가 사는 산 너머를 향해 포효하며 그럭저럭 나름대로 잘 지냈을 것이다.


단군왕검의 탄생설화가 만들어진 뒤 5천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흐르고 이제 한반도 이남에서 호랑이의 자취는 사라졌다. 그리고 단군의 모계 혈통을 만들어준 것으로 추정되는 곰 역시 멸종위기 1급이 되어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더 이상 곰은 한민족 탄생신화의 주역이 아니다. 1980년 농가수익증대사업을 위해 2평짜리 사육장에 갇혀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살아 있는 상품’으로 사육되거나, 정부의 멸종위기종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북한, 중국 등에서 수입한 어린 곰들을 키워 지리산에 풀어놓는 형태로 21세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이 땅에서 사라진 것은 호랑이와 곰만은 아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가상자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호랑이와 곰처럼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작년도 1사분기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가상자산 시장은 6월부터 주춤거리더니 11월 이후 영영 꺾였고, 금년엔 연이어 시장을 붕괴시키는 사고가 터졌다. 5월 초 단 일주일 사이 수익률 마이너스 99.99%로 폭락한 루나와, 루나를 자산예치금으로 하던 테라 코인의 가격은 1달러에서 몇 원이 되었다. 해당 코인에 투자했던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생존의 끝자락으로 내몰렸다. 11월엔 세계 2위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했다. 그 사이에도 쉼 없이 가상자산 투자사들의 연이은 파산과, De-Fi 프로젝트 사기, 그리고 위믹스를 비롯한 코인들의 거래소 상장폐지가 이어졌다.


이 상황이 가장 힘든 이들은 진 수백억 원을 투자해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은 자산가들이 아니라 쌈짓돈을 모아 투자한 사람들, 바로 개미들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혹은 이달 카드 대금을 내기 위해 없는 돈을 쪼개 잠깐의 시간으로 조금 더 나은 재정상황을 기대하면서 투자를 했다가 물리면 이들은 답이 없다. 당장을 모면하려면 손실이 얼마가 되었든 있는 대로 팔아치워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없는 것은 돈이 아니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도래할 상승장을 있을 것을 알아도 그 몇 달 혹은 몇 년을 버텨낼 여유가 개미에겐 없다. 개미가 현재의 자산을 팔아치울 때 가장 힘든 것은 재정적 손실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스스로 거세해야 한다는 좌절감이다.


코인투자로 돈을 벌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계좌에 꽂힌 수익은 코인투자로 돈을 잃은 누군가의 계좌에서 옮겨온 돈일뿐 당신 능력의 결과값은 아니다. 당장 수익이 났다고 누군가의 손실을 조롱하지는 말자. 당신의 운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투자는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2017년 한 차례, 그리고 2021년 또 한 차례.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상승장이 있었다. 이 시절의 가상자산 시장은 적은 돈으로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희망이 넘쳤었다.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오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플랑크톤 같은 원금이 커져 자잘한 새우가 될 쯤이 되니 각국의 역내 규제가 강화되고 프로젝트들의 모험성과 새로움이 사라졌다. 그 시간 동안 한편에서는 사기꾼들은 지치지도 않고 이름과 얼굴만 바꿔 기술과 금융에 어두운 이들의 재산을 빨아들였다. 개미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인 한해였다.


내년도 가상자산 시장 역시 전망이 썩 밝아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버텨야 한다. 투자를 해놓고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인내심과 생존력이다. 다시 상승장이 올 때까지 살아남아서 또 한 번 도전해보자. 로또도 한 번 살 때보다 두 번 살 때 당첨확률이 올라간다. 호랑이의 자취를 몇 십 년째 발견하지 못했어도 우리는 아직 호랑이가 이 땅에서 영영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 다시 올 상승장을 기다리며 오늘의 매서운 추위를 견뎌야 한다. 우리는 인내심 강한 곰의 후손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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