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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발상의 전환

  • 송고 2022.11.29 11:00 | 수정 2022.11.29 11:00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세계적인 관광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면 유명한 사그라다 파멜리아 성당이 있다. 독특한 모양의 구조물과 디테일에 압도되는 필수 관광코스이다. 일년에 천 만명 이상 방문하는 이 성당을 설계한 사람은 유명한 건축가인 안토니 가우디이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오래 전 죽은 가우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명의 위대한 혁신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가우디의 또 다른 건출물인 구엘공원, 카사 바르트요에 가보면 색다르지만 웬지 모르게 낯익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설계의 기반이 우리와 친숙한 동물, 생선 뼈 조각, 나뭇가지, 식물의 뿌리 등의 모양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가우디는 평범하고 당연한 소재를 뒤집어 보기도 하고, 거울에 반사도 시켜서 반대로 그려 보기도 하고, 때로는 줄로 매달아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가설을 바탕으로 분석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가우디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멋진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실과 종이로 건축물을 축소해서 만들고 이를 뒤집어 매달아서 설계도를 완성했다. 그래서 독창적인 멋진 곡선의 건축물이면서도 역학적인 안정성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업모델 피봇팅(사업모델이나 서비스를 재구축 하는 일)에 고민하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가우디의 접근법을 함 사용해 봄 직하다.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대부분의 유니콘은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 요소로 무장해 시장을 선점하고 초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즉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이러한 게임체인저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되고 있다. 또한 초격차 기술은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하고 사업화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오히려 현재의 스타트업은 경쟁자에 쫒기면서 끊임없이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고 몸집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가능한 현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와 함께 제로베이스에서 기존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 사업별, 사업부별, 상품/서비스별 시장 니즈와 파이프라인의 손익, 특히 공헌이익을 냉철하게 분석해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예상보다 시장성이 낮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모델이나 상품, 서비스가 그 대상이다.


항공기도 많은 연료를 싣고 이륙을 하지만 만약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내리게 되면 귀중한 연료를 공중에 버리는 절차(Fuel Dumping)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한 중량으로 연착륙이 가능하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깝지만 무거운 짐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한계에 다다른 사업이나 서비스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피봇팅이 쉬운 과정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고객과 시장을 재 확인해야 한다. 경기 확장기와 침체기의 고객 니즈와 시장은 크게 변한다. 과거의 시장 분석 결과에 계속 의존하다가는 시장이 원치 않는 서비스 제공으로 핵심 고객을 놓치고 기존 고객의 외면을 받기 쉽다. 어려운 시기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시장 규모도 재 산정해야 한다. 수요가 줄어들기도 하고 고객의 평균 구매 금액과 고객 생애주기가치(LTV, Life time value)가 축소되기도 한다.


지난 코로나 펜데믹에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객기 좌석을 뜯고, 화물기로 운행하며 버틴 모 항공사는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필자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도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한 케이스가 있다. 칫솔질을 하거나 물은 분사하는 일반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칫솔에 양치물을 빨아들이는 역발상으로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이 칫솔은 노약자나 환자들에게는 필수템이 되고 있다.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다 보면 뜻밖의 숨은 수요처를 찾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많이 알려지고 있는 회사지만 ㈜링티는 야외 행군 시 쓰러진 군인에게 수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급할까 고민을 하던 군의관들이 모여 가루 수액으로 만든 제품이다. 초기에는 미네랑과 수분공급이 급선무인 과격한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실내생활이 늘자 회사는 다시 세밀한 고객분석을 통해 장시간 실내생활을 하는 직장인을 핵심고객으로 발굴했다.


고객과 시장분석에 따른 사업의 구조조정이나 변경은 철저하게 재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되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헌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해서 우리 회사의 지속가능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업, 상품, 서비스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고객이 많은 시장, 공헌이익이 큰 고객을 위한 서비스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 재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과정도 중요하다. 초기처럼 MVP 테스트까지는 못하더라도 목표고객으로부터 유의미한 피드백은 필수이다.


둘째로는 프로세스 개선을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 현재 운영중인 회사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점검해야 한다. R&D, 생산, 유통, 마케팅, 영업 등 모든 프로세스에서 개선점을 발견하면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은 위에서 언급한 고객과 시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 후에 해야 한다. 고객 니즈에 따라서 통합해야 할 프로세스, 제거하고 아웃소싱으로 돌려야 할 프로세스 등이 결정된다. 때로는 PoC(Proof of Concept, 제공 예정 서비스 수익모델 검증)를 재수행해야 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 월세시장의 독특한 구조인 높은 보증금을 없애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무방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은 피봇팅 시의 프로세스 분석 및 개선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방의 초기 사업모델은 부동산 임대차 거래 자동화 플랫폼이 사업모델 이었다. 사업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월세 선호현상이 증가되면서 거래 건수가 줄어들어 예상 수익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회사는 과감히 피봇팅을 수행했다.


무방은 얼어붙은 임대차시장 상황에서 프로세스 분석을 진행하면서 프로세스 중 핵심요소였던 보증금을 없애는 모델로 사업의 형태를 변경하였다. 임차인과 임대인은 비대면 자동화된 계약시스템에 의거 쉽게 거래를 할 수 있고 보증금이 없어도 오히려 안전한 거래시스템이 구현되었다. 이 과정에는 보증보험이란 도구가 활용되었다. 세입자는 보증금 부담에서 해방되고 임대인은 월세 가동율을 높이면서 월세를 받지 못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티오더란 테이블 음식 주문 결제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도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크게 도약하게 된 스타트업이다. 코로나로 인건비 부담을 감당치 못하는 고객의 니즈를 재빨리 확인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고객이 테이블에서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어 음식점의 고정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초기 투자 비용이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잇점으로 크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번째는 스마트한 팀 유지이다. 어려울수록 핵심인력 위주로 팀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이 좋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부 인력들의 팀워크 문제는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미션과 성장에 공감하는 핵심 인력들이 구별된다.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능력이 좋은 인력도 회사의 미션에 함께 동참하지 않는다면 팀 분위기를 악화시킨다. 위기 상황에서는 계속 같이 할 인력과 그렇지 못할 인력을 구분해야 한다.


보통 인력 조정을 하면 후방부서, 즉 관리부서를 조정하고 일선부서 영업, 마케팅 인력은 가능한 보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반드시 옳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현대의 경영은 모든 프로세스가 통합되고 복잡하게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므로 행정, 운영 인력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조정 시에는 전방, 후방으로 획일적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포지션이 회사 전체에 기여하는 부가가치를 평가하여 결정해야 한다.


인력 구조조정도 순서가 있다. 우선 필자가 제시한 고객과 시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제시한 프로세스가 고도화된 후에 인력과 부서를 조정해야 한다. 인력과 부서를 줄이는 방식은 비용절감에 가장 가시화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객과 시장, 프로세스가 변경되었을 때 이를 감당할 인력이 없다면 더 큰 비용 낭비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선 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피봇팅 시기에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 순간이 다가온다. 크게는 사업을 접는 것부터 팀 축소, 수익모델의 변경, 서비스의 축소 등 등 많은 결정의 순간에서 머뭇거리면 안된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목표고객을 변경할 타이밍, 프로세스를 혁신할 타이밍, 자금을 수혈해야 할 타이밍, 피봇팅의 타이밍. 결정이 필요하면 과감히 결정하고 실행이 늦어지면 안된다.


지금 우리 스타트업들은 가우디가 했던 발상의 전환을 벤치마킹할 때라고 생각해본다. 뒤집어 보고, 바꿔보고, 붙여보고, 반대로 해 보기도 하면서 혁신요소를 찾아야 한다. 가우디가 설계한 아파트인 카사 밀라에 가보면 계단의 폭이나 기둥, 손잡이의 형태가 다양하다.당시에는 거의 정신나간 설계라는 혹평을 들었지만, 이후 많은 건축가가 아우디의 설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흔히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만 제대로 꼼꼼히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는 실패로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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