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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갤러리에 '설치된' 거대서랍…열어보는 순간

  • 송고 2022.09.16 19:57 | 수정 2022.09.17 13:3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정해윤 작가 서랍벽화로 '회화의 설치미술화' 시도

이달 24일까지 서울 청담동 플래티넘 갤러리 전시

전시 만료 후 지워지는 유한성 간직한 벽화 그림

작가 "서랍 통해 각자만의 이야기 꺼내볼 수 있길"

벽화를 설치미술로 인식하게 하는 이 작품은 정해윤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회화의 설치미술화'이다. 청담동 플래티넘 갤러리에 걸린 '거대서랍'은 390x190cm 규모에 달한다. ⓒ플래티넘 갤러리

벽화를 설치미술로 인식하게 하는 이 작품은 정해윤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회화의 설치미술화'이다. 청담동 플래티넘 갤러리에 걸린 '거대서랍'은 390x190cm 규모에 달한다. ⓒ플래티넘 갤러리


'아내의 서랍'이란 연극이 있었다. 아내의 서랍 속에서 가출한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남편은 그간 저지른 실수에 대해 절규한다. 서랍 속엔 과연 어떤 사연이 담겨 있었을까 궁금해질 법한 이야기다. 이런 연극과 어울릴 만한 회화가 어느 갤러리 벽면 가득 '설치'됐다.


벽화를 설치미술로 인식하게 하는 이 작품은 정해윤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회화의 설치미술화'이다. 청담동 플래티넘 갤러리에 걸린 '거대서랍'은 390x190cm 규모에 달한다. 화려한 명품점이 즐비한 청담동에서 마주하는 대형 서랍장이라니.


관람객들이 진짜 서랍으로 착각해 머리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 작품은 서랍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처럼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랍은 우리들에게 사적이며 내밀한 공간이다. 아끼는 물건들을 꽁꽁 숨겨놓기도 했던 믿음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서랍이 거대한 덩치를 내밀며 명품점과 갤러리가 즐비한 거리에 비밀을 이제 막 공개하려는 모습이다.


정해윤 작가는 서랍을 주로 그린 회화 작가다. 이번 전시에 대해 정 작가는 "켜켜이 쌓인 서랍 이미지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마치 하나하나의 일상이 모인 과거를 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많은 이야기가 필요없음을 깨닫고 가까운 소재인 서랍을 인용해 가장 명료하고 단순한 본질만 남은 삶의 형태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해윤 작가(왼쪽)와 커티스 패닝 설립자ⓒ플래티넘 갤러리

정해윤 작가(왼쪽)와 커티스 패닝 설립자ⓒ플래티넘 갤러리

가나아트 등 대형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이기도 했던 정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각자만의 서랍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 작가는 "거대한 벽에서 튀어나온 서랍을 보고 어떤 이는 그 안을 비우고 싶을 테고 어떤 사람은 무거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면서 "이 서랍을 열어보며 관람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서랍에 자기 인생을 담고,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담을 것이다. 혹자는 언젠가는 이뤄낼 미래의 꿈을 담을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 담긴 것들은 각자 다른 색채를 띠고 있지만 결국 서랍장에 자리해 나의 이야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는 벽화를 작업하는 며칠 동안 서랍이 관람자를 통해 비워지거나, 채워지는 상상을 했다고 했다. 종국에는 이 작품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서랍 벽화는 이달 24일까지 전시된 후 사라진다. 전시 공간인 흰 벽을 다시 돌려놓기 위해 페인트로 다시 덮는 것이다. 정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그간 시도하지 않은 작품관을 보여주려 했다고 했다. '회화의 설치 미술화(化)'와 ‘유한한 생명의 작품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벽화는 글자 그대로는 '벽에 그린 그림'이지만 정 작가는 "벽화도 설치 미술처럼 인식될 수 있고 회화도 관람자 시선에서는 충분히 설치 미술로서 보여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그림은 한번 그려지면 계속 남아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인류는 유한한 존재에 무한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애써왔지만 '유한한 생명'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아름답게 작별할 수도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랍 벽화 작업 중인 정해윤 작가ⓒ플래티넘 갤러리

서랍 벽화 작업 중인 정해윤 작가ⓒ플래티넘 갤러리

정 작가의 서랍은 공교롭게도 또 다른 서랍을 떠올리게 했다. 소설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이다. 시집은 영혼이 삶을 지나가며 겪는 아픔을 담은 시들로 서랍을 채웠다. 정 작가의 서랍은 나 아닌 것을 비워, 온전히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자의 공간으로 비춰지는 듯 하다.


한편 정 작가는 그동안 개인전 'PLAN B'에서 박새와 실, 돌들, 쇠파이프를 작품에 등장시켜 관계와 삶, 선택의 기로를 표현해왔다. 작가는 박새와 실을 통해 세월과 관계의 의미를 보여줬고 구불구불한 파이프들의 얽힘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삶의 여정을 보여줬다.


정해윤 작가의 'Relation'ⓒ플래티넘 갤러리

정해윤 작가의 'Relation'ⓒ플래티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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