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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경제 급변기 스타트업 CEO의 성공 전략

  • 송고 2022.08.01 11:00 | 수정 2022.09.22 20:55
  • EBN 관리자 (rhea5sun@ebn.co.kr)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연일 체온에 가까운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스타트업 투자생태계는 한겨울로 들어간 느낌이다. 기록적인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 이은 자이언트 스탭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은 계속 급등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전쟁과 신 냉전 기류까지 더해져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투자도 올 해 초부터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투자를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스타트업계에서는 멈춘 투자로 인해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경우도 많이 목격되고 있다. 이미 씀씀이가 커져버린 스타트업의 살림살이를 급격히 줄이기도 힘들고 올라가기만 하던 회사의 평가 가치(밸류)도 급속히 낮아져 후속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독한 마음을 먹고 최우선적으로 고정비 성격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 고급 사무실, 멋진 복지혜택, 관리인력, 운영경비 등에 들어가는 돈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과 성공에 핵심적인 R&D, 핵심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경제가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시장이 정상화될 때 신속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현금흐름과 직접비, 간접비(판매관리비, 고정비), 원가, 부문별 손익계산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최근에 투자한 어느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주고 있다. O2O 핀테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A, B, C 가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사업모델로 사업을 시작했다. A, B사는 장밋빛 기술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며 투자자를 설득하여 강남에 최고급 사무실을 얻고 직원도 수십명을 채용했다. 반면 C사는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대표가 최소한의 핵심 기술인력과 함께 허름한 사무실에서 계속 연구개발에 매진하였다.


공교롭게도 A, B사가 좋은 사무실로 이전하고 인력을 대폭 충원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어 사업 모델의 핵심 축인 오프라인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A, B사는 올 해까지 2년 동안 인건비, 임대료 등 불어난 운영비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접게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 그 동안 연구과제 위주로 기술 수준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던 C사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대형 거래를 하나 둘씩 수주하며 투자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도산 위기에 몰린 A, B사는 핵심 인력들도 급속히 이탈되면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타트업 CEO는 작은 성공에 우쭐하지 말아야 한다. 유명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임대료 비싼 멋진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회사의 수익모델에 대한 상세한 시나리오에 따른 가설이 검증되었다면 이러한 차별적 요소를 계속 발전시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매출규모가 커지고 시장이 커질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무서운 경쟁자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해와 같이 리세션(경기후퇴)과 급속한 인플레이션(물가오름)이 동시에 오는 대외적 경제환경에서는 꼭 필요한 지출을 제외한 고정비(간접비, 판매관리비)를 확실히 줄여야 한다. 반면 제품개발과 핵심 시설, 인력 등은 유지하여 경기확장기에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신속히 차지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한 번 증가한 고정비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는 직원들의 사기와 복지에 깊숙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명한 CEO라면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설명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재도약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고 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투자자금으로 고정비를 조달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최우선적으로 고정비를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재고도 낮게 유지하고, 불용 자산도 처분해야 한다. 매출채권 회수 등 현금의 유입도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신경써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CEO는 항상 사업적 의심을 가지고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직원을 의심하라는 것이 아니다. 잘 작동될 것 같은 사업모델, 우리 물건이나 서비스를 잘 사줄 것 같은 고객, 우리가 다 지배할 것 같은 시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점검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최대 장점은 변화에 대한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대규모의 투자를 기반으로 소위 물량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수시로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사업모델이나 제품, 서비스에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뭔가 바꾸려면 너무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이와 같은 대기업의 약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얼마전에 만나서 투자 협의를 하고 있는 회사는 주문형 이차전지 배터리팩을 개발·제조하는 스타트업으로 대기업의 이러한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대규모의 투자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이차전지 배터리 시장이지만 다품종 주문, R&D 시제품, 특수목적용 배터리 등은 대기업의 대규모 시설에서는 대응하기에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략 포인트로 잡았다.


이러한 시장을 롱테일(Long Tail)시장이라고 하는데 이 기업의 대표는 핵심기술력을 확보하고 고도로 숙련된 인력과 스마트 생산, 다양한 외주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고객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전략은 수요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규격을 만들어 시장에서 독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CEO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초기에는 CEO가 기획, 개발, 영업, 인사, 회계 등 모든 것을 수행한다. 하지만 매출이 늘고 사업이 바빠지면서 CEO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이 잘 하는 일과 잘 못하는 일,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만약 CEO가 운영에 자신이 없으면 운영을 책임지는 COO를 영입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 KPI 관리, 손익, 현금흐름은 아무리 조직이 커져도 CEO가 꼭 직접 챙겨야 한다.


경제위기가 오고 기업의 현금흐름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우수한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떠난다. 투자 직전에 직원의 이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CEO는 평소에도 인력 관리에 게을러서는 안된다. 스타트업의 규모가 커졌는데도 CEO가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소위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조직을 시들게 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고갈시킨다.


CEO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로 직원들과 소통을 잘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대단한 착각이다. 조직을 통제하는 것과 조직 내의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부 직원들을 격려하되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 내의 선의의 경쟁으로 스타트업의 핵심인 혁신의 엔진이 계속 작동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 CEO는 항상 시야를 시장에 두어야 한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과 ESG와 같은 큰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이에 따른 고객 니즈의 급속한 변화와 시장의 요구에 즉시 반응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최대 실패는 고객과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제품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고객을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보고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신속히 서비스·제품에 녹여 내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한번에 성공할 수 없다. 작은 실패와 성공을 발판으로 끊임없이 성장한다. 초기의 성장에 도취되어서 기본을 망각하거나 사업 리스크에 적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실패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실패는 창업자만의 실패가 아니다. 투자자, 직원, 고객, 협력사 더 나아가서 우리사회와 미래의 짐이 된다.


일부 비관적인 사람들은 최근의 경제 상황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과거를 되돌아보면 경제 위기는 수시로 발생되었고 이러한 때 오히려 뜻밖의 스타가 탄생되었다. 오늘의 정답은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꼭 확보해야 할 것은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게는 추운 겨울이 왔지만 춥다고 움츠려들기보다는 수익모델과 핵심 역량 고도화에 집중하여 곧 올 따뜻한 경제의 봄날에 멋지게 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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