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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칼럼] 진정한 ESG금융, 사회적은행

  • 입력 2021.10.14 06:00 | 수정 2021.12.01 11:19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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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한국사회투자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한국사회투자

은행은 BC17세기 쓰인 함무라비 법전에도 명시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현대적인 은행은 17세기 유럽 강대국들이 그들의 식민지를 기반으로 한 상업적 물품 교역의 확대 및 그에 따른 귀중 자산의 교환·보관으로 시작되었다.


점차 신용을 쌓은 은행업자들은 은행권(Note)을 발행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예금업과 대부업의 기반이 되었다.은행권을 바탕으로 약속어음 등 유통 통화를 크게 늘리는 다양한 기법이 도입되면서 오늘날 현대적인 은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원래 은행은 귀중품(곡식, 금 등)의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귀중품을 맡아 보관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융통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기능을 수행했다. 당시의 고객은 요즘 개념으로 보면 예금자와 대출자 모두였다. 하지만 한국의 은행들은 누구를 고객으로 보호하는가? 예금을 맡기는 자본가들이 보호받아야 할 고객이고 은행에 수입을 안겨주는 대출자는 평가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는 "은행업은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은행의 수입원인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를 법과 제도가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민간 영리사업자의 적정 수익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확실한 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진입이 매우 어려운 업이기도 하다. 은행법, 금산분리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제도·감독 기능으로 촘촘히 높은 진입장벽을 세워서 웬만하면 경기장으로 입장하기 어렵다.


오래전에 파산한 동화은행 이후로 새롭게 은행업에 진입한 카카오, 케이뱅크, 토스뱅크도 새로 만들어진 별도의 법(인터넷전문은행법)으로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설립 목적인 기술혁신과 고용증대라는 목적들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일단 논외로 하겠다.


은행이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을 하는 동안 은행업의 본질인 돈의 흐름은 은행을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이 잘 살 수 있게 하기보다는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자본가들로부터 자산과 신용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바뀌었다.


통화의 배분과 중계 허가권을 가진 금융감독 당국은 법 및 제도에 따른 획일적인 기준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으니 정작 자금이 필요하나 신용이 부족한 개인, 가계 및 중소기업에는 은행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은행의 자율성으로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사회문제와 사회적가치도 시대에 따라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산업화 초기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화두였다면 최근에는 인간적인 삶과 가치가 더 큰 문제로 도출되고 있다. 사회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소득격차 심화와 금융서비스 양극화가 아닐까 판단한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서민금융이나 신용회복 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상품, 프로그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현재의 주류 금융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으로 인해 이러한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우리보다 산업화를 먼저 거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앞서 극복하고 있는 유럽,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이런 금융의 한계를 사회적은행(Social Bank)이라는 은행으로 보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Triodos), 독일의 지엘에스(GLS), 캐나다의 밴시티(Van city), 미국의 썬라이즈(Sunrise)가 대표적인 사회적은행이다.


사회적은행은 모든 부를 공평하게 나누자는 공산 은행이 아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들과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관계적으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이율로 중계하되 공공성, 투명성,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은행이며 이는 은행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기능이다.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인 소득 불평등/양극화 심화, 청년실업 증가, 지역 불균형, 기후변화, 금융소외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은행은 돈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금융을 지향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①다양한 사회 구성원에게 금융의 기회를 확대하는 은행

②개인(시민)과 사회가 함께 지속해서 성장하는 시민 은행

③수익, 상품, 투자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는 윤리적 은행

④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 사회적가치(소셜임팩트) 증대로 인류의 지속가능성 중시하는 ESG 은행


한국 사회적은행은 시민들이 맡긴 예금이라는 수신기금이 윤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사명에 따라 금융의 기회가 필요한 사회의 여러 계층에게 운용되고,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공개되어 금융에 대한 실질적인 신뢰를 새롭게 구축하고, 이러한 금융을 통해서 환경·사회에 대한 사회적가치를 중시하는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시민은행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 버스는 길을 잃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사는 동네를 다니는 원래 버스 노선을 벗어나 소수의 사람이 사는 새로운 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도 버스 노선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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