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익 대표 "사회적은행 도입, 더이상 미룰 수 없어"

  • 송고 2021.10.01 14:00
  • 수정 2021.10.01 16:05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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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만 갖춘 우리나라 ESG금융 한계 분명…관련 법·제도부터 정비 나서야

임팩트·상업적 투자 경계 허물어져 "ESG사회 맞춰 KPI도 달라지고 있어"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한국사회투자

"국내 은행들이 산업자본 공급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지만 사회적자본 공급에는 한계가 있고 인터넷은행은 기존 금융기관을 대체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기존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은 대출과 소셜벤처 투자 정도인데 수신기능이 없는 반쪽짜리 사회적금융은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만 사회적은행이 없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상업은행들이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주력하는 반면 사회적은행은 저신용자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파생금융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늘리지 않고 적정수익을 창출하면서 은행 본래의 기능인 중개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에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이유도 적다는 것이 이종익 대표의 설명이다.


세계적으로도 사회적은행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사회적은행의 리더로 불리는 네덜란드 트리오도스(tri-hodos) 은행은 사람·환경·이윤 등 세 가지 가치 추구를 목표로 적극적인 사회적가치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트리오도스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은행으로 선정됐던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0개의 은행이 참여한 사회적은행 협의체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가 발족했다.


이후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2018년 회원 은행이 50개사를 넘어선 GABV는 올해 8월 기준 유럽을 비롯해 북미, 중남미,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 40개국에서 67개 은행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8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이들 은행은 6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2000억달러를 웃도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GABV에 가입한 은행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유엔이 책임은행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을 제정한데 이어 ESG경영이 국가와 기업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기존 금융기관들의 사회적가치 창출 의무도 강화되고 있다.


이종익 대표는 "현재 금융 관련 법과 제도로는 ESG금융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기관들이 ESG금융기관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들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ESG금융은 겉모습만 갖추고 있는데 이제는 근본적인 은행의 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한국사회투자는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창출하는 조직·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임팩트투자 전문기관으로 현재까지 200여개 조직에 65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과 경영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서울시, 우리은행, 교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한국전력공사,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과 함께 사회적가치를 창출해왔다.


특히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과는 지난 2019년부터 '인클루전 플러스 솔루션 랩'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선발·육성하고 우수기업에 대한 임팩트투자를 진행하는 등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비즈니스 조직에 대한 투자 및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팩트투자에 대해 아직까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수준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종익 대표는 사회, 환경, 거버넌스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투자가 가능하다며 최근 임팩트 투자와 상업적 투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종익 대표는 "ESG사회로의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 민간영역의 핵심성과지표(KPI)도 사회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투자는 앞으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기술기업과 지역가치를 높이는 지역기업 발굴·육성·투자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사회적가치에 집중된 투자를 위해 다양한 투자 프로그램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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