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이중실사"…당근없고 '채찍'만

송고 2021.06.11 14:57 | 수정 2021.06.11 15:02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FIU, 전날 암호화폐 거래소 33곳과 2차 비공개 간담회

금융당국, 실사 지원 거래소 대상 직접 현장 실사 나서

업계 "금융당국 실사 지원 형태지만 사실상 의무 성격"

거래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실사를 받지 않고서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리 없다"고 말했다.ⓒ픽사베이

금융당국과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간 2차 비공개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도리어 '이중 실사'의 부담만 늘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원 거래소에 한해 직접 실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소 거래소들이 고대했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 이슈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전날 암호화폐 거래소 33곳과 2차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20개사와 인증을 준비 중인 13개사 등 총 33곳이다.

금융당국은 현장실사를 지원한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이번달 직접 컨설팅에 나설 계획이다. 신청기간은 오늘(11일) 오후 6시까지로 실사 기간은 5일 동안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현장 실사를 통해 거래소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시스템 구축 등의 여부를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현재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한빗코 ▲캐셔레스트 ▲텐앤텐 ▲차일들리 ▲플라이빗 ▲지닥 ▲에이프로빗 ▲후오비 ▲코엔코 ▲프라빗 ▲보라비트 ▲포블게이트 ▲코어닥스 ▲코인빗 ▲아이빗이엑스 등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번 실사가 의무사항은 아니라면서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위해서는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거래소들은 시중은행의 현장 실사에 앞서 금융당국의 실사를 거쳐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현장 실사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한 '1차 관문'이 되어 버린 셈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지원 거래소에 한해 현장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의무적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며 "금융당국의 실사를 받지 않고서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현장 실사를 시작으로 시중은행의 실사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타당성 검토까지 받으면 사실상 3번의 실사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실사 계획이 본격적인 거래소 옥석 가리기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은 거래소 실사 이후 나온 결과 보고서를 시중은행과 협의 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거래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이번 실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은행권 심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며 "직접 거래소 실사를 진행함으로써 자금 수집이 정당하지 않은 거래소들과 그렇지 않은 거래소들의 옥석을 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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