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마저 안 도와줘"…시름 깊어지는 조선업계

  • 송고 2020.09.25 09:59
  • 수정 2020.09.25 10:05
  • EBN 이돈주 기자 (likethat9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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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최저치, 환헤지 대응도 한계

수주부진에 선가까지 말썽, 경쟁 과열 우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선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선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삼성중공업

간헐적 수주로나마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조선업계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악재 등으로 선박 발주량이 하락하며 저선가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져 선박 수주 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도크는 비어가는 반면 선박 발주는 저조해 선가 하락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일감을 따내기 위한 조선사들 간 경쟁은 치열해져 과거 업황 침체를 가져왔던 저가 수주경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최저인 1160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가치는 상승한 반면 달러가치는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위안화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보통 위안화가 상승하면 밀접히 연관된 원화도 함께 오르는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최근 다시 달러가치가 높아지고 있긴 하나 중국의 V자 경제반등 속 위안화도 지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높아 원화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원화가치 상승은 조선업계에 손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선박 수주 시 대부분 달러로 거래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발주 부진으로 저선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선 피해가 배가된다.


지난달 말 기준 17만4000천㎥급 액화천연가스(LNG)선 선가는 1억8600만달러로 작년 10월 50만달러 상승한 이후 11개월째 제자리에 멈춰있다. 호황기 시절 2억달러 이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하락폭이 크다.


국내 조선사들의 주요 수주 선종인 컨테이너선과 유조선들 또한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량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조선사들의 도크는 빈자리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발주사 입장에선 주문만 내면 언제든 선박을 건조할 수 있어 도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사태로 선사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점도 선가 인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빈 도크를 채우기 위한 조선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저가 수주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 특성상 꾸준히 건조 실적을 쌓아야 능력을 인정받고 나아가 후속 수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도크를 오래 비워둘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뿐만 아니라 인력 운영 등 다양한 부분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보다 약세로 얻는 효과가 조선업계엔 더 크다"며 "회사별로 환헤지(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방식) 등을 통해 방어하고 있긴 하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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