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공급 중단에 ARM 변수까지…반도체 시장 격변

  • 송고 2020.09.16 06:00
  • 수정 2020.09.16 01:02
  • EBN 조재훈 기자 (cjh125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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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이 대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 회사 ARM 인수,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발효로 인한 반도체 납품 중단이 이뤄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반도체업체는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화웨이 제재안을 본격 가동했다. 지난 15일부터 미국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전세계 반도체 기업은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도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고객사를 찾거나 신사업 규모를 키우는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화웨이는 반도체업계의 '큰 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전월 동기 대비 43.2% 급증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발효 전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달부터 주요 납품처인 화웨이향 물량 감소로 실적 하락 등 타격이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3.2%(약 7조3700억원), SK하이닉스 11.4%(약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화권 경쟁사들이 앞다퉈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이들 업체 주문이 잇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의 ARM 인수라는 대형 변수도 발생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영국의 ARM을 400억 달러(47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M&A) 금액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인수로 기존 GPU 강자에 스마트폰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포트폴리오까지 갖추게 됐다. 또 하나의 반도체 '공룡' 기업이 탄생한 셈이다.


ARM은 반도체 컴퓨터 칩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ARM이 설계하는 프로세서는 매년 전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95% 이상에 사용되며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ARM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ARM은 서버용반도체, AI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ARM의 반도체 설계 라이센스 정책에 변화를 주면 반도체 제조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ARM이 엔비디아에 인수된 이후 설계도 라이선스 비용 상승, 공급 중단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엔비디아

ARM은 1690개 이상의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년 100개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500억개 이상의 ARM 기반 칩을 출하했으며 1991년부터 2017년까지 1000억 개의 칩이 출하됐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000억개의 칩이 추가로 출하될 전망이다.


다만 엔비디아와 ARM의 거래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돼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과 미국, 중국, EU 등 주요 당사국들의 승인을 받아내야 해서다. 지난 2016년 퀄컴이 470억 달러에 NXP 인수를 시도했으나 중국의 승인 거부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라는 산업의 특성상 국가와 기업들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영국은 자국의 자랑스러운 반도체 기업이 일본인에 의해 미국에 팔리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고, 미중 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도 순순히 이를 허가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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