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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살롱] 전문성은 종국엔 도덕성과 대결한다

  • 송고 2020.07.01 10:25 | 수정 2020.07.01 10:3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OECD "강대국 올라선 선진국 공통점, 사회가 축적한 신뢰 자본 풍부"

후쿠야마 "상대방이 믿을 수 있는 성숙한 대상일 때 우수한 거래 가능"

한국은 대표적 저신뢰국가…소비자, 금감원 달려가 금융분쟁 해결 촉구


환매연기 사고를 낸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간에 공통점이 있다. 격변의 시대가 준 '기회'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격변기 금융업에 주어진 과제는 고령화(노후자금)와 저금리 극복을 도와줄 수익성 발굴이었다. ⓒEBN

환매연기 사고를 낸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간에 공통점이 있다. 격변의 시대가 준 '기회'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격변기 금융업에 주어진 과제는 고령화(노후자금)와 저금리 극복을 도와줄 수익성 발굴이었다. ⓒEBN

환매연기 사고를 낸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간에 공통점이 있다. 격변의 시대가 준 '기회'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격변기 금융업에 주어진 과제는 고령화(노후자금)와 저금리 극복을 도와줄 수익성 발굴이었다. 창발적 금융 탄생을 기대한 당국은 정책을 활성화하면서 규제를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창의금융'을 감시할 최소 견제 장치는 누락됐다. 액셀은 있는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로 질주로 달린 결과가 라임과 옵티머스다. 시중자금은 라임과 옵티머스가 제시한 수익률에 반가움을 표하며 이들의 손을 잡았다.


두번째 공통점은 '양심'에 있다. 온전히 전문가로서의 양심만이 라임과 옵티머스에 대한 견제 장치였다는 점이다. 이 양심마저도 작동을 멈췄다. 라임 펀드 투자자의 절반가량은 60대 이상 고령자이며 옵티머스도 고령 투자자층이 다수다.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사모펀드로 분류되는 헤지펀드는 미국에선 한국과 다르게 인식된다. 제도권 밖의 '재테크 사모임', 사적 계약관계로 간주된다. 그렇다보니 규제당국의 관리 감독에서 자유롭다. 사고가 터지면 이해관계자들끼리 대화와 조정, 법적 대응을 통해 해결하는 식이다.


이같은 구조가 가능한 기저에는 전문가의 수준급 역량과 양심, 집단과 사회적 자본에 대한 신뢰가 자리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전문가적 양심과 신뢰와 같은 단어가 다소 생경하다. 기자는 해외 자료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세계은행이 2007년 내놓은 '국부는 어디에서 오는가(Where is the wealth of nation)에 따르면 한 국가의 부유함은 법질서와 신뢰, 지식경쟁력과 같은 사회적 자본에서 비롯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국부의 81%를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극대화했지만 후진국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낮다. 근대화를 지나 강대국으로 올라선 미국, 독일 및 일본의 공통점은 그 사회가 축적한 신뢰 자본이 풍요로웠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들은 주체적으로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은 다르다. 애석하게도 한국은 '신뢰 자본'이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한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신뢰 자본을 키워 열매를 맺게 하기보다는 로펌과 사외이사, 외부 컨설팅에 상당한 비용을 내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금융권만 봐도 금융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문제만 생기면 금감원으로 달려가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금융사와는 대화가 안되고, 서로 믿기도 어려우니 금감원이 해결해달라는 얘기다. 올해 1분기 금융민원은 총 2만2121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4.8% 불어났다.


이유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찾지 못한 소비자가 금감원 민원 창구로 집중된 결과다. 당사자 끼리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금감원이 가운데서 중재해달란 얘기다. 키코와 즉시연금, 암보험 사태 등이 대표적인 금융 분쟁으로 꼽힌다.


신뢰 기반이 약한 사회는 사회적 비용 증가를 직면한다. 성숙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라면 아꼈을 비용과 시간 낭비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김남희 증권팀장ⓒEBN

김남희 증권팀장ⓒEBN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저명한 정치경제학자다. 그는 1995년 경제학 명저 <트러스트>를 집필했다. 저자는 한 국가의 성장과 부강에 ‘신뢰자본’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했다. 그는 거래 상대방이 ‘믿을 수 있는 성숙한 상대’일 때 질적으로 우수한 교환이 이뤄진다고 설파한다.


책에 따르면 한 국가의 경쟁력은 한 사회가 고유하게 갖고 있는 신뢰의 질적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저신뢰 국가로 분류된다. 가족적 유대만이 신뢰 가능한 관계라고 보는 가족주의는 성숙한 신뢰 사회로 진화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였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고에서 기자는 '전문가의 양심', '신뢰 부재'의 금융권에 대해 주목했다. 1만 여명이 포진한 금융당국(금융위, 금감원)과 금융유관기관 종사자, 수만명의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집단지성, 깨알 같은 법조문, 행정제도가 있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것만으로는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기 부족하다는 뜻 아닐까. 전문가들은 2015년 규제 완화 이후 부실한 관리·감독, 자산운용사의 도덕적 해이, 판매사 수수료 욕심, 저금리 시대의 '묻지마 투자'와 같은 왜곡된 구조를 지적하지만 이런 지적은 금융업 탄생 이래 계속되고 있는 비판이다.


법은 사회 질서를 이루는 기본 요건일 뿐, 질적 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이 저금리와 고령화 해법을 고안해야 하는 미래지향적 금융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법이 사회 질서를 이루는 덧셈이라면, 신뢰는 질적 성장을 위한 곱셈인 것이다. 법과 제도, 사업 철학이 아무리 훌륭해도 신뢰 영역에서 0점이면 그 금융사는 0점 기업인 것이다.


오랫동안 '장인정신(匠人精神)'을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장인들은 종국엔 자신의 도덕성과도 힘을 겨뤄야 했다고 말했다. 정도(正道)가 아님에도 액셀을 밟은 장인은 파국을 맞은 반면 양심과 윤리에 귀 기울이며 재능을 펼친 이는 열매를 맺고 찬사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우리 임직원이 가입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상품을 발굴하려고 한다'는 어느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도 이와 비슷한 방향일 것이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국 금융의 신뢰자본 수준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저금리와 고령화에 새롭고도 유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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