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가입자 뺏기 전쟁 또 시작?…결합상품 해지 쉬워져

  • 송고 2020.06.30 10:53
  • 수정 2020.06.30 10:53
  • EBN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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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결합상품 '원스톱 사업자전환 서비스' 시행

해지방어보다 '가입자 뺏어오기' 치열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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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가명·33세)씨는 IPTV가 자주 끊기고 속도도 느린 것 같아 인터넷을 바꾸기로 하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해지하겠다"고 말하자 '해지방어'가 시작됐다. 계약 유지시 캐시백 또는 상품권 증정과 사은품 혜택, 해지시 위약금 폭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 씨는 수십 통의 전화 끝에 해지를 포기했다.


다음달부터 초고속인터넷과 IPTV·위성방송 등 유선결합상품의 해지·가입이 편리해진다. 과도한 해지 방어 마케팅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통신사는 해지 방어보다 가입자를 뺏어오는 유치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초고속인터넷과 IPTV·위성방송 등이 결합된 유선결합상품도 이동전화와 같이 이동할 사업자에게 신청만하면 기존 서비스의 해지까지 한 번에 처리된다.


이 제도는 '원스톱 사업자전환 서비스'로 다음달 1~25일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본격적인 서비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방통위가 해지방어에 칼을 빼든 이유는 해지과정에서 통신사의 해지방어 행위와 해지누락으로 인한 이중과금 등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끼쳐왔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는 가입자에게 해지를 철회해 달라고 70통 넘게 전화하기도 했다.


통신 3사는 이번 원스톱 사업자전환 서비스를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특히 유선가입자 1위인 KT가 가입자 이탈을 막는데 신경 쓰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가입자 뺏기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터넷과 IPTV 시장은 이동전화와 마찬가지로 점유율 싸움이 치열하다며 "앞으론 해지방어가 어려워지는 만큼 KT가 가입자 사수에 민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901만명으로 1위다. 이어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재판매 포함)는 653만명, LG유플러스 440만명 수준이다. IPTV 가입자 역시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가 738만명으로 1위다.


해지 절차가 쉬워진 만큼 해지방어를 위한 '꼼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원스톱 사업자전환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존 사업자는 해지확인 전화를 하게 돼 있다.


해지확인 전화는 명의도용 등 불·편법적 전환신청을 방지하고 가입자 본인확인 및 해지의사 확인과 해지에 따른 혜택축소, 할인반환금 등 발생 비용을 안내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또 다른 회유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해지확인 전화를 받지 못하면 기존 사업자는 할인반환금, 서비스 등급 변경 등을 안내하는 SMS·MMS를 가입자명의 휴대폰으로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전산처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지방어로 과열됐던 출혈마케팅이 가입자 유치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해지확인 전화가 위약금을 앞세워 가입자 이탈을 막는 꼼수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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