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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설 드론 공격 대비 全無…손 놓은 국회·정부

풍등 저유소 화재 1년3개월 경과
항공·전파법 개정 및 시행령·규칙 마련 못해
이달석 박사 "비축량은 충분, 시설보안 보강 필요"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20-01-08 15:25

▲ 2018년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어처구니 없는 풍등 저유소 화재가 발생한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요 에너지시설은 드론 등 상공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업체들이 안티드론 장비를 갖추기 위해선 관련 법 개정과 정책이 필요한데 국회와 정부가 아직까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으로 세계 각국에서 테러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석유·가스 비축기지 등 국가중요시설의 상공 테러에 대한 대응책이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한국석유공사 9650만배럴 비축유를 포함해 민간 비축양까지 총 2억배럴 가량의 원유 및 석유제품을 저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약 180일 가량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전체 원유 수입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산 수입이 힘들게 돼도 당분간 버틸 수 있다. 그만큼 석유저장시설은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중요시설로도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있는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된 석유저장시설들이 드론 등을 통한 상공 테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월 한 외국인 노동자가 쏘아 올린 풍등이 대한송유관공사의 고양저유소에 떨어지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불길은 17시간동안 260만ℓ의 석유을 태우고서야 간신히 진압됐다.

이 사건으로 국가중요시설이 상공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사건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대비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사건 이후로 화재를 빨리 진압할 수 있는 장비를 보강했고, 군 출신 사고대책 전문가도 영입할 예정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드론 등 상공 테러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에 비축기지를 갖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와 대규모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는 정유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천연가스 저장시설도 드론 공격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가스공사는 전국 5곳의 저장기지를 통해 우리나라가 최소 3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저장하고 있다. 이 곳도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있지만 드론을 막을 대비책은 전혀 없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경비 실무자들에게 드론 등 상공 테러에 대한 감시업무를 보강 지시하고, 상당수 드론 전문가도 영입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드론을 막을 수 있는 장비는 없다"면서 "관련법이 개정되고 정책이 마련돼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중요시설을 관리하는 업체들이 관련 장비를 마련하고 운용하기 위해선 관련 법이 마련돼야 하고 정부 정책도 세워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국회와 정부가 손을 놓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국가중요시설 인근의 드론 비행을 막는 안티드론 관련법은 항공안전법과 전파법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에는 드론 운영 제한에 관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무게가 12㎏ 이하인 소형드론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관련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소형드론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입법예고도 하지 않은 상태다.

전파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무선국이 다른 무선국의 운용을 저해하거나 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중요시설 경비 담당자가 인근의 수상한 드론을 적발해도 전파혼신장비 등을 통해 드론을 막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과 송희경 의원이 각각 국가중요시설의 드론 비행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비상시 에너지수급에 관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시설 보안대책이 너무 미흡한 수준이라며 강력한 보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전 대책은 주로 수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제는 중동산 에너지 수입에 문제가 생겨도 상당기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비축 역량을 갖추게 됐다"며 "하지만 국내 시설에 대한 안전 대책은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강력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