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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SK 울산 저유황유 전용 'VRDS' 현장 가다

북한산 백운대 높이 3배의 배관 길이, 총 88만명 인력 투입
완공 시점 4개월 단축…내년 1월 완공 후 3월 상업가동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등록 : 2019-12-01 19:30

▲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VRDS 공사 현장(27일),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북한산 백운대 높이 287배, 서울-울산 거리 3배의 케이블 길이, 근로자 88만명'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SK그룹 주력 화학계열사들의 생산설비가 모여있는 울산CLX를 지난 27일 방문했다. 'CLX'란 콤플렉스, 즉 '복합설비단지'를 의미한다.

SK이노베이션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1964년 '대한석유공사'로 출발했다. 1973년 한국 최초로 나프타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1980년 SK그룹으로 편입, 2011년에 SK이노베이션으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3배(250만평)에 달하는 이곳에서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1조원을 투입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이하 VRDS) 건설을 시작했다. 현재 공사의 98.3% 정도가 완료해 내년 1월 완공, 3월 상업가동(하루평균 4만 배럴)을 앞두고 있다.

현장 소개를 맡은 SK에너지 문상필 공정혁신실장은 "이 사업이 마무리 되면 매년 2000~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며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총 33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총 88만명(하루평균 1300명)의 근로자가 투입하는 등 울산 지역 일자리창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VRDS는 IMO2020(선박용 연료유 황함량 3.5%→0.5%) 시행을 앞두고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제거해 저유황 중질유를 생산하기 위한 저유황유 생산 전용 고도화 설비로, 지난 2008년 약 2조원을 투자한 제 2고도화설비(FCC,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중질유 촉매분해공정) 이후 SK에너지의 최대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사실 SK에너지의 IMO2020 대비는 타 정유사들보다 시작이 늦었다. 전체 공정의 핵심인 리액터(8개) 제작사 선정에서 관세가 붙지 않는 대신 납품 기일을 미루는 이탈리아 업체와, 8%의 관세가 붙지만 제때 리액터를 제작해 보내는 일본 업체 중 어떤 곳으로 결정할 지 쉽사리 정하지 못했던 탓이다.

문 실장은 이와 관련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업체가 FTA 체결로 일본산보다 200~300억 저렴하기 때문에 납품 기한을 최대 2개월 늦춰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해 결국 이탈리아 업체 2곳을 선택했는데, 2곳 모두 2개월 늦게 보내 노심초사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특유의 여유있는 근무 방식을 익히 알고 있어 납품 기일을 못 맞출 줄은 예상했지만 2곳 모두 그럴 줄은 몰랐다"며 "지나가는 날들을 하루하루 세다 7월에도 못 받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지만 그래도 7월 중순에는 도착해서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틸리티-SRP-VRDS-원료탱크로 이어지는 공사 과정에서 앞서 SRP 공정까지 완공해둔 덕에 SK에너지는 리액터를 받은 후 공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SK에너지는 32개월로 예상된 공사 기한을 29개월로 앞당겼다.
▲ SK울산CLX 전경

시작은 늦었지만 규모는 압도적이다. VRDS 공사에는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육박하는 240km 상당 길이의 배관들, 2만8000㎥에 이르는 콘크리트, 이를 운반하기 위한 레미콘 4700대, 전기·계장 공사에 사용된 1100km(서울-올산 거리 3배)의 케이블, 관광버스 1867대에 달하는 15톤(t) 무게의 총 설치 장치들이 사용됐다.

VRDS만의 특별한 공법도 눈길을 끈다. 바로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국내 정유사는 시도하지 않은 최초의 공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이후 대체 돼야 하는 선박용 고유황유 규모가 하루평균 350만 배럴에 이르며 이 중 56%인 200백만 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된다고 보고 있다.

SK에너지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협업을 통해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 계약을 체결,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평균 3300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 초대형원유운반선) 선박 1척이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량은 450배럴로, 4200cc 승용차량 약 1만7000대분이다.

◇ DBL도 조기 달성…환경분야 사회적 가치까지 완성

VRDS는 SK그룹이 중점을 두는 DBL(Double Bottom Line)과도 일맥상통한다. SK가 강조하는 DBL은 경영활동에서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SK에너지의 VRDS는 배터리, 소재 사업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사업 확장을 목표로 시행 중인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체화 시킬 사업 모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기자간담회에서 환경분야 부정효과를 상쇄하는 '그린 밸런스' 전략을 밝힌바 있다.

SK에너지는 VRDS 설비의 성공적인 상업 가동을 시작으로, 사업 특성 상 불가피하게 마이너스로 산정된 사회적가치를 상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가 생산하게 될 황함량 0.5% 저유황중유는 기존 3.5%인 고유황중유 대비 황함량이 1/7에 불과하다. 고유황중유를 저유황중유로 대체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은 1톤당 24.5kg에서 3.5kg으로 약 86%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SK에너지 조경목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