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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약고' 우려 또 불거진 화학산업단지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등록 : 2017-11-14 09:27

전남 여수산단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총 10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폭발·화재사고가 7건, 가스누출 1건, 추락사고 1건, 폭발물 사고 1건 등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학단지가 밀집한 여수나 울산은 노동자의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다. 여수산단의 경우 지난해 모두 9건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일어났으며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2015년에는총 7건에 사망 1명 부상 7명, 2014년에는 총 10건에 사망 1명 부상 12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흔적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인리히 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법칙은 공사 현장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물론 각종 개인사고, 자연재해 및 사회경제적 위기 등에도 널리 인용되는 법칙이다. 대부분의 대형사고는 예고된 재앙이며, 무사안일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여수산단의 경우 화재부터 추락까지 사례들도 다양하다.

지난 2월 15일에는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료를 제조하는 삼남석유화학에서 굴뚝시설 철거작업 중 굴뚝 내부에서 화재가 났다. 7월 10일에는 롯데케미칼 제1공장의 사일로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사일로 1기가 파손됐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에는 GS칼텍스 여수공장에서 잇따라 폭발·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또 9월 8일 오후에는 롯데케미칼 협력업체 소속 강모씨가 공장 내 15m 높이 ABS중합 공정탑 5층 옥상에서 볼트작업을 마친 후 옥상층의 난간을 넘어 6m 아래의 3층 설비 상부로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한화 계열사들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한화그룹은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화 △한화테크윈 △한화케미칼 △한화토탈 등 13개 제조 계열사 공장장 및 안전환경 담당 임원 4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리더십 교육을 진행했다.

사업장 안전사고 예방과 선진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 최일선의 현장 책임자를 한자리에 모았던 것. 당시 교육은 이태종 ㈜한화 대표가 직접 강사로 나서 회사의 안전 경영시스템 소개와 함께 상해·직업병·환경사고 예방을 위한 의식 변화를 설명했을 만큼 공을 들인 교육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화케미칼은 교육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5월에 2건, 이어 10월에도 1건의 안전사고를 냈다. 지난 6일 오전에는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있는 ㈜한화 여수사업장 화공품 시험장에서 소형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직원 정모씨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개방성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함께 병원으로 옮겨진 박모씨와 또다른 박모씨는 안정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특히 한화케미칼의 경우 유독 사고가 잦아 눈길을 끈다.

올 초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는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시 남구 용연동 한화케미칼 3공장에서 석유화학제품 저장탱크를 청소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강모씨가 탱크 상부에서 떨어진 슬러지 더미에 매몰돼 숨진 것이다.

5월은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마주한 달이었다. 22일 유독물질인 자일렌(크실렌)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0여명이 가스에 노출됐으며, 불과 일주일 만인 같은달 30일에는 여수 1공장 폴리에틸렌 생산공정에서 고압분리기의 압력이 상승해 폭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안전 사고는 최근 들어서도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한화케미칼 울산 1공장에서는 염화비닐(VCM) 중화조 탱크 내 폐수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중화조 배수작업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수에 불이 붙은 만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을 보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본들 '공염불'에 그칠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한화케미칼을 비롯한 정유화학업계는 현재 불황에 시달리는 타업종과 달리 '슈퍼사이클'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호실적은 더이상 축복일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이 근본적인 안전의식의 변화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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